

아이가 생기고 처음 함께한 해외여행이 끝났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 설레고 신났던 것도 사실이지만, 아이와 24시간 한번도 떨어지지 않고 이렇게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적이 처음이라 더 좋았고, 그 사실에 한번더 놀랬고, 괜스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 마져 들었다. 사실 아이는 어디에서 무얼 하건 부모와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좋았을텐데, 항상 그런 것을 원했을 텐데, 지금 껏 제대로 해주지 못한 나를 반성하기도 했던, 그런 여행이 끝났다.
이번 여행을 더 뜻깊게 하기 위해, 우리 셋은 2024년 목표를 엽서에 적어 한국으로 보냈다. 매번 새해가 되면 세우는 것 자체의 의미와 의무감만 있는 목표를 세워,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생활을 이어갔다. 매년 냉장고에 부쳐놓은 목표를 보며 ‘아 맞다. 나 매주 운동 하기로 했었는데, 모르겠다.’ 라고 애써 무시하는 일상이 대부분인 나였다.
이번 신년 목표는 첫 가족여행의 애틋함과 좋은 추억을 담아 태국 치앙마이에서 엽서에 적어 우편으로 보냈다. 여느 해와 같이 냉장고에 붙어있을 새해 목표이겠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 가짐은 다를 것 같다. 그냥 애써 무시하거나, 회피하기 보다는 ‘아 맞다. 또 행복한 가족여행을 가려면, 나 열심히 살아야하는데.’ 하며 목표와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고 노력하는 내가 되길.
우리가 치앙마이에서 세운 2024년 목표는 어디 쯤 왔을까. 내가 2024년을 알차고 열심히 살 수 있게, 우리 가족의 목표가 담긴 엽서도 우리에게 열심히 와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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