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백권을 넘게 책을 읽고, 읽고 난 뒤의 생각과 감정을 하나하나 블로그에 기록하며 차곡차곡 쌓아왔던 때가 있었다.
그런 내가 십년넘게 이어졌고, 절대 바뀔일 없다고 바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없는 날들을 살았었다.
삶은 팍팍해지고, 챙길 것들이 많아 졌고 가족이 생겼고 빚이 생겼고 아이가 생겼고 그렇게 새롭게 내 인생에 생긴 것들이 백권을 오십권으로 오십권을 다섯권으로 그 다섯 권도 부동산 주식관련 책으로 변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다시 십년정도가 흘러서 뒤를 돌아 봤다. 다음은 망하지 않겠지 생각하며 개인계정으로 관리하던 블로그 글을 티스토리로 다 옮겼는데, 그 티스토리로 옮긴 글들은 다 어디로 살아졌는지 없어졌고, 새로운 블로그를 시작하라는 안내문만이 나를 유혹한다.
십년이 통째로 사라진 기분이네. 그동안 애정도 없었으면서 서글프고 글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이 뻔뻔함.
그럼에도 다시 하나하나 흩어진 흔적을 찾기엔 너무 귀찮고 바쁘다는 핑계를 찾는 한심함.
이것도 주말에 갑자기 순해진 아이가 낮잠을 청하는 동안, 어제 만난 친구가 '요즘도 글 쓰니? 너 잘썼는데?' 라는 한마디에 언제산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 '나에게는 여전히 신간'인 '김연수 작가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다가, 뒤늦은 감탄을 하며 블로그 가입하며 시작되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김연수 작가님의 글은 나를 흔들리게 하는 매력을 가졌다.)
그냥 먹고 살기만하기엔 너무 인생이 길고,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이렇게 살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요즘 나를 흔든다.
그러니 다시, 무엇이라도 써보자. 쓰다보면 그냥 감정의 기록이 될 수도 있고, 짧은 수필이 될 수 있고, 잠깐의 다짐이 될 수도 있고, 부끄러운 단상이 될 수 도 있을 테니
그러니 다시 한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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