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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T PRAY LOVE_해외

후쿠오카 여행계획표 다시 채우기

by ddawoori 2024.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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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갔던 치앙마이 해외여행의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 부유한 삶은 아니지만 해외여행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일상과의 단절, 그 단절에서만 가능한 가족에 대한 집중과 생각의 정리 같은 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내는 일본 여행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일본 불매 운동이 시작된 이후로 자주가던 유니클로도 한번 가지 않던 우리였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에 일본의 먹거리 안전성에 대해 더욱더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뭐 여하튼 그래서 가고 싶지 않아 했지만 내가 설득을 했다. 
 
내가 살아오는 동안 일본은 항상 '선진국'이었고, '고급' 이었고, '고가'였다. 그러나 최근 30년간의 일본경제의 장기불황 동안 야금야금 우리의 경제는 성장했고, 물가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그 상태에서 '엔저 현상'까지 겹쳐 '비싼 일본 여행'이 '합리적인 일본 여행'으로 변모했다.
 
'합리적인 일본 여행' 이라는 단어가 사실 여행을 가기 전에는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한 10년 전 100엔 당 1,000원 이하로 떨어졌을 때, 이런 기회가 없다며 일본 여행을 친구들과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기준으로는 환율이 여행하기에는 굉장히 좋았지만, 물가의 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에 너무 비싸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100엔 당 870원인 세상이 왔고, 물가도 내가 사는 서울이나 일본이나 큰 차이를 못 느꼈다. 서론이 길었는데, 여튼 일본 여행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은 내 생에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아내와 딸과 꼭 함께 가고 싶었다. 그렇게 3월부터 비행기표 숙소 등을 예약을 시작해서 이번 여행을 다녀왔다.
 
일본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이 다녀왔기 때문에 여행 정보가 넘쳐흘렀다. 그런 정보가 넘쳐 흘렀기에 오히려 계획을 세우기 힘들었다. 그래도 치앙마이의 경험이 있기에, '여행을 가서 즐기면세 계획을 세우는 것 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치앙마이 때처럼 불안하지는 않았다.
 

이번에도 후쿠오카 여행에 대한 기록을 세세하게 남겨 보려한다.  나중에 아이가 이 글을 읽을 수 있을 때쯤 우리 가족이 얼마나 신나고 재미있는 여행을 했는지, 아내와 내가 신나고 재미있는 여행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를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들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려 한다. 치앙마이 여행처럼 좋았던 기억이 이 글을 보며 새록새록 되살아 나길 기대해 본다

위 여행 계획표가 실제 우리가 했던 여행을 간략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3박 4일을 꽉꽉 채워 많은 것들을 했지만, 그중에 몇 가지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들이 있다. 
 

 
일본 여행을 갔던 지난 두 번의 여행에서도 너무 가고싶었지만,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전통 료칸을 가족과 함께 가보았다. 료칸에서 받은 대우와 정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카이세키'는 뭔가 그간의 고생을 보상받는 느낌이었고, 지금까지 열심히 살았기에 이런 여행도 올 수 있다는 느낌의 뿌듯함을 나에게 주었다. 카이세키에서 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회와 명란을 먹었다.
 

 
료칸과 붙어있는 노천탕에서 맥주를 마시면 반신욕을 즐기기도 했고, 아이는 처음 하는 온천이 어색했는지 한번 노천탕에 들어갔는데, 난리가 났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난리가 너무 웃기다.
 

 
큰 기대를 안했던 킨린코 호수가 화창한 날씨와 어우러져 짧은 시간이지만 강한 임팩트를 줬고,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 이쁜 초록기차를 탔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기차의 자리가 좋아서 기차운전원의 자리가 훤히 보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운치 있게 흔들리는 기차 속에서 썼던 엽서 또한 기억에 남는다.
 

 
엔저와 일본의 특수한 환경으로 살면서 꿈꿔보지 못한 명품지갑을 아내에게 선물한 것,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비싼 양주를 구매했던 것도 소비적인 행위이긴 하나 흔치 않아 기억에 남는다.
 

 
다이소 캐릭터에 천국에서 어린이집 친구들의 선물을 고민하며 고르는 아이의 귀여운 모습도 모니터에 아른거린다.
 

 
소비에 지쳐있던 우리에게 여행의 재미를 다시 일깨워준 캐널시티의 분수쇼도 오래되었지만, 촌스럽진 않아 그 잔상이 계속 스친다.
 


 
신사에 가서 우리의 행운을 빌었던 행위도 '맞다. 우리는 이런 여행이 더 잘어울리지' 라는 기본적인 깨달음을 주었기에 또 생각이 난다.

 
무엇보다 치앙마이에 이어 아내와 아이와 함께 우리에게 엽서를 쓴 것도, 꾸준함을 잃지 않았기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후쿠오카에서 우리의 엽서는 잘 오고 있겠지. 빨리 와서 잠들기 전 동화책을 대신해 주길.
 
후쿠오카 여행기도 치앙마이 여행기록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세세하고, 생생하게 기록해보려 한다. 이번에는 몇개월이 걸리려나. 이번 여행의 기억도 기록하며 오래 간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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